사건 사고가 잦은 시즌이잖아. 긴급 출동으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더럽게 바쁘거든. 사무소 의자에 엉덩이 붙일 틈도 없을 만큼. 슬슬 연말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. 현장 뛰느라 못 맡은 업무나 패트롤은 사이드 킥 몫. 한동안은 다 같이 고생 좀 하자고.
알아. 핼러윈인지 뭔지 하는 날이라면서. 종일 사탕 셔틀로 써먹히고 있는데 모를 리가 있나. 맡겨 놨지, 아주. 무슨 맛 좋아하는데. 여기 레몬 맛……. 뭐, 싫어? 진짜 드럽게 성가시네. 그럼 딸기 맛. 만족하냐? 원대로 사탕 물려 줬으니까 적당히 성가시게 굴고 썩 물러가, 이 꼬맹이들아.
진하고 매운 돈코츠 라멘 하나. 곱빼기로. 아, 차슈도 추가해서. 맵기 정도? 그야 최고 레벨인 게 당연하지. 이 가게는 몇 단계까지 있는 거야. 어디 봐. 십, 이십, 삼십……. 하나 더 있잖아. 뭐, 지옥 맛?
요 며칠 지나치게 조용하고, 매사에 기죽어 보였던 건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감기 때문이야, 감기. 그러니까 뒤통수에 대고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느니 뭐니 떠들어 대지 마. 다 들리거든? 돌도 씹어 먹을 만큼 멀쩡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신파 영화에 나올 법한 비련의 시한부로 만들고 있어.
내가 꺼지라고 하면 썩 꺼져. 잠깐 사라졌다가 아무렇지 않게 되돌아오라는 츤데레 화법 같은 게 아니라 정말 꺼지라는 의미니까. 어디서 괜한 말 주워듣고 와서 꺼지는 척만 하고 다시 슬금슬금 기어 오지 마라, 진짜. 진짜로.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