잔에 담긴 일반적인 데킬라를 들어 목을 축인다. 액체는 목구멍을 적시며 꼴에 육신이라 만들어진 몸뚱이가 달아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, 이는 익숙한 현상이므로 커다란 감흥을 갖다주지는 못 한다. 마치 같은 광경을 몇 번이나 돌아보는 것, 그뿐이기에 고루하기 짝이 없는 영원한 나날 처럼.
덕분에 순간의 향락에 취한 낯은 찢어질듯이 웃다 한 번 더 잔을 들지만, 모든 것을 탐닉했으므로 더이상 남은 것은 공허 뿐이다. 허나 그럼에도 검은 입안으로 그것을 털어넣는다. 그리고 여전히,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. 순간에 취한 머리는 허무를 알 수 없지. 자, 그러니 마셔, 취해, 그저 즐겨.